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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by 매일 글 한개 2024. 3. 4.
매일글한개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태어나고 옹알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정말 빠르다.
원래 1지망으로 썼던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떨어지고 아쉽게도 2지망으로 쓴 고등학교로 되었다.
아들이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하려고 마음을 다 잡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배정은 지망한 순서대로 랜덤 추첨 방식으로 선택된다.
1지망으로 썼던 학교는 입학설명회를 같이 갔다 왔었는데 기숙사 생활도 가능하고 말 그대로 스파르타식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생님들이 옆에 붙어서 공부를 시키는 학교였다.
주말도 나오게 해서 공부를 시킬 정도로 정말 타이트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었다. 사립 고등학교라서 가능한 일이다.
학교에서 제공해 준 학생들의 평균 성적 데이터는 입학하기 전에 비해 입학 후 가히 놀랄 정도로 상승 폭이 커졌다
참고로 다들 열심히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신을 따기가 쉽지 않아서 수시에는 조금 불리해도 정시로 그 부족분을 다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학교였다.
입학설명회를 저녁에 듣고 혹시 현재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보고 싶은 신 학부모님들은 도서관을 가서 보고 가라고 하셨는데 가보고 깜짝 놀랐다.
수동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 능동적으로 하고 있었다.
큰 도서관 안에는 공부를 하다가 졸리는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서 졸음이 달아날 때까지 서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십수명이었다.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1분 1초의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아서 효율적으로 쓰려는 게 마음으로 느껴졌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그 1지망 학교는 아들도 입학설명회를 가서 보고 마음속으로 정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3년 동안 어차피 공부는 해야 하고 할 거라면 그런 스파르타식으로 하는 곳이 힘은 들어도 본인에게 도움이 클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첨 방식에서 1지망에서 떨어지고 2지망 학교에 되었을 때 실망감이 너무 큰 것 같았다.
그때 아들에게 이 말을 해줬다.
"고등학교 배정은 네 운명으로 바꿀 수 없는 랜덤 추첨 방식이다.
그런데 네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렇게 속상한데
만약에 3년 뒤, 네가 지금부터 열심히 안 해서 네가 원하는 대학을 못 가면 그때 느끼는 실망감은 지금의 10배 100배 가 될 것이다.
네 운명은 네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 고등학교 랜덤 배정처럼 네가 바꿀 수 없는 게 아니다."

이제 앞으로의 3년이 그 이후의 본인 인생에 큰 영향일 미칠 것이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집에 있을 땐 쉬기보단 알아서 스터디 카페에 간다.
학원도 다니고 있는 것 말고

추가로 자기가 부족한 과목은 더 끊어서 배우고 싶다고 한다.

나머지 3년 동안 최선을 다하길 마음속으로 응원해 본다.
해보고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 미련도 가질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 후회만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 또한 없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아들의 남은 3년에 건강과 행운을 마음 가득 담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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